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확대개정판)
과학과 신앙에 얽힌 해묵은 편견 걷어 내기
우종학 지음|무선 262면|13,000원
창조와 진화에 관한 기독교의 스펙트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젊은 지구론으로서 하나님께서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믿는다. 창조과학자들이 이를 대변하며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는 오래된 지구론으로서 우주 창조에 초자연적인 방법과 자연적인 방법 둘 다가 사용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은 지적설계론자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유신론적 진화론자들로서 하나님께서 자연적인 방법을 통해서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본다. 진화의 과정을 창조의 방법으로 활용하셨다는 것이다.
우종학 교수는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를 개정하면서 유신론적 진화론의 대표 주자로 다시 한 번 우뚝 선 듯하다. 여기서 굳이‘다시 한 번’을 덧붙인 이유는 5년 전 이 책의 초판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우 교수와 IVP가 매장 당할까봐 염려스러웠다. 훌륭한 과학자와 출판사를 동시에 잃어버리는 대참사를 우려할 만큼 일명 ‘무크따’의 주장은 적어도 나에게는 과격했다. 하지만 그와 출판사는 의연하게 살아남아, ‘다시 한 번’ 척박한 창조 논쟁의 광야에 비를 뿌리고 있다. 이 빗줄기가 장맛비가 될지 소나기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나는 그들의 생존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허튼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 교수의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다. 블랙홀 셰프라 불리며 블랙홀 연구의 국내 제 1인자로 대접받는 저자의 전문성은 ‘무크따’에서도 유감없이 빛난다. 또한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재미있고 너무나도 상식적이다.
이러한 전문성과 상식이 그들을 살렸다고 본다. 진화라는 과학적인 방법을 하나님이 활용하셨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 이성과 신앙이 충돌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심플하다. 그래서 힘이 있다. 명쾌하다. 양쪽이 죽자고 싸우고 있는데 싸울 이유가 없음을 까발려 양쪽의 멘탈을 붕괴시킨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이 폭넓은 창조 논쟁의 마중물이 되기에는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창조포럼을 비롯해 창조론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면 차벽을 만들어 시위대를 대중과 끊어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걱정스럽다. 무크따가 보수적인 한국 기독교의 차벽에 갇혀 버린 것은 아닐까? 반대해도 좋고 찬성해도 좋다. 하지만 정작 위험한 것은 무관심이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상처가 된다. 우 교수의 생환이 반갑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운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우 교수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그는 차벽 바깥에 있는 것일까? 안쪽에 있는 것일까? 만약 후자라면 돌아온 ‘무크따’로 차벽 위로 높이 솟아오르기를 바란다. 그는 별 아저씨니까 높이 오를 수 있을 게다.
김기동 로고스서원 연구원이자 담없는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