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와 약자(개정판): 강자의 불안과 약자의 절망을 넘어서
폴 투르니에 지음|정동섭 옮김|양장 304면|15,000원
--------------------------------
「강자와 약자」는 IVP 직영서점 산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고,
--------------------------------
우연처럼 다가온 책
이 책이 내게 맡겨졌을 때, 나는 그야말로 ‘약자’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작업하는 내내 괴로움과 절박함이 내 안에 가득했고, 마음에 와 닿은 문장 하나하나에 울컥할 때가 많았다.
결국은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만드는 관계 속에는 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그것은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생기는 자연 발생적인 무언가다. 그리고 그 힘이 만든 구조 안에서 누군가는 강한 반응을 하며, 또 누군가는 약한 반응을 보이며 살아간다. 강한 반응을 하는 사람은 자신감과 큰 목소리와 허세와 비난으로 강자가 되어, 약한 반응을 하는 사람은 주눅과 우울과 수치심으로 약자가 되어 살아간다. 그런데 사실 강자와 약자가 원래부터 정해
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죄로 물들어 있으며, 내면에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하기 때문에 나오는 강하고 약한 서로 다른 반응일 뿐이다. 이것이 폴 투르니에의 통찰이다.
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죄로 물들어 있으며, 내면에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하기 때문에 나오는 강하고 약한 서로 다른 반응일 뿐이다. 이것이 폴 투르니에의 통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순전한 사랑이란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강자인지 약자인지를 계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고, 예전에 풀지 못하고 지나쳤던 진실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적 질문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은혜, 회복의 실마리
사랑하고 싶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의 논리에 갇혀 버리게 되는 이 모든 구조와 전제를 넘어서고 싶었다.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싶었고, 한계가 있겠지만 진실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이 책은 은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우리 안에는 없지만, 은혜로 얻는 영적인 힘은 새로운 차원의 힘이어서, 모든 힘의 논리와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고 말한다.
표지는 어려워
이 책의 표지는 「죽음을 배우다」란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을 의뢰한 것이다. 강자와 약자라는 제목도 너무 분명한데, 이런 명확한 개념을 이미지로 굳히는 것만큼 독자의 상상력을 가두는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내면의 고통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표현하기에 액자와 휘어진 나무는 적절하고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나머지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한 뼘만큼의 진심
아직 분투 중인 초보 편집자는 이 책을 작업하면서 또 한 뼘 성장했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20년 동안 이 책을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번역투와 오역을 최대한 바로 잡으려고 애썼다. 아름다운 표지가 나오기를 바랐으며, 뭉툭하지만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얻은 폴 투르니에의 통찰과 거기에 담긴 진심이 읽는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근데 그런 진심이 세상에 여전히 통할까? 이걸 묻는다는 것부터 나는 절대적 회의론자가 되긴 틀려먹었다.
책임편집: 전현선 간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