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1일 화요일

북미 기독교 역사가 마크 놀이 던지는 새로운 화두, 세계 기독교 역사[IVP BOOK NEWS 120호]


[서평]
복음주의와 세계 기독교의 형성
마크 놀 | 박세혁 옮김 | 264면 | 14,000원
*2010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선교·국제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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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와 세계 기독교의 형성」은 IVP 직영서점 산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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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놀, 세계 기독교를 만나다

일반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저명한 미국 역사가 마크 놀은 미국 기독교 역사 분야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교회역사학자다. 우리 독자에게는「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놀은 이 책에서 1940년대 이래 근본주의의 반지성주의를 반대하며 태동한 미국 복음주의가 1990년대에도 이전과 별로 다를 바 없이 반지성주의라는 스캔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적나라하게 쏟아냈다. 

그러나 놀의 애독자라면 그의 비판이 애정 어린 자기 고백이자 자아비판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또한 미국 기독교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역사가인 놀의 이 작품이 미국 기독교 역사 전반에 대한 그의 방대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과거의 실재와 오늘날의 현실을 비교하여 조망한 균형 잡힌 비평서라는 것도 알 것이다. 물론 한국 독자들은 놀이 미국 복음주의에 휘두른 비판의 칼날이, 놀이 비판한 미국 복음주의와 똑같은 여러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거나 혹은 그보다 더 심각한 난제를 안고 표류하는 한국 복음주의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이해할 것이다. (중략)

놀은 아마도 1993년 어간부터 미국의 범위를 넘어 더 넓은 세계 기독교의 지형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그 역사에 관심을 보인 것 같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세계 기독교에 좀더 구체적으로 파고들게 된 계기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교 신학부 비서구기독교연구소 소장으로 있던 앤드루 월스의 논문 모음집 The Missionary Movement in Christian History(1996)이었다. 월스는 기독교 역사에 접근하는 서구 학계의 전통적인 연구 방식으로는 실제 선교 활동을 통해 진행되어 온 기독교 확장의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차지하는 비서구 기독교의 존재와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기독교 무게중심의 남반구 이동’이라는 상황을 처음 인식하고 학문 연구를 시작한 사람이었다. 

놀은 월스의 책을 읽고 큰 도전을 받았으며 다음 해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3월 호에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복음 메시지가 ‘번역’된다는 것은 바로 기독교 신앙 자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서, “기독교 역사 전체는 신앙이 각 지역 상황과 배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일련의 과정을 증언하는 것”이라는 서평을 남겼다. (중략)



미국 기독교와 한국 기독교

놀이 미국 기독교와 한국 기독교의 공통점이라고 보는 요소는 일곱 가지다. 

1) 자율적인 현지 교회다. 18세기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자치하는 자율적 교회를 이룬 미국 교회의 경험은, 20세기가 시작된 지 약 20년이 지난 시점부터 선교사가 주도하는 교회에서 한국인 지도자가 이끄는 교회로 바뀌기 시작한 한국 교회 자치 경험의 모범이다. 

2) 미국 교회가 독립혁명 당시 반제국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기독교를 형성한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3·1운동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투사가 되어 민족의 운명을 함께 짊어진 한국인의 교회가 되었다. 

3) 영어 성경이 미국인의 의식과 삶의 태도, 가치관의 전반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미친 것처럼, 한국에 기독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한글로 번역된 성경이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4) 기독교가 근대성과 동일시되었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은 독특하다. 놀이 보기에 한국은 많은 지식인이 기독교를 근대성, 서구성, 진보성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수용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험을 닮았다. 

5) 미국에서는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등이,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 기독교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놀은 양국 교회가 이런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성장을 이루었다는 요소에 주목한다. 

6) 1차, 2차 대각성이 미국 기독교를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적·회심주의적·체험적·행동주의적인 복음주의 종교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처럼, 1900년대 초 원산과 평양에서 일어난 부흥은 미국과 유사한 방식과 특징으로 한국 기독교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7) 한때 피선교국이었던 미국과 한국이 독립 이후 세계 선교를 주도하는 선교 국가로 변모한 과정도 유사점으로 꼽는다.

물론 놀은 이런 역사적 경험의 유사성과 평행성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두 나라 기독교의 차이점도 지적한다. 예컨대, 미국은 독립 전후 일관되게 기독교 문명이 지배하는 나라였으므로 한국처럼 외부에서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과 이후의 차이 및 변화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는 점, 외세에 지배당하며 당한 고통을 미국은 한국만큼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점, 한국에서 기독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조우한 강력하고 이질적인 동양 사상과 철학, 문화 배경 등이 미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서로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한국 기독교와 미국 기독교 간 상호 관계는 대체로 일방적이었다는 점 등이다. 

결국 놀은 한국 기독교에 미국 기독교가 아주 큰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하지만, 그 영향이 절대적이라기보다 역사적 배경과 상황의 유사성 때문에 미국 기독교가 지난 200년 동안 발전시켜 온 유형을 한국 기독교가 따르고 있다고 판단한다.



기독교사 연구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

놀의 주장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선교학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토대로 자신의 미국 기독교 역사 해석에 몇 가지 통찰을 가미한다. 이런 해석은 미국의 정치, 군사적 패권주의와 기독교 선교 간의 관계를 밀접하게 연결 지으며 기독교 선교사를 문화적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보는 탈식민주의자 혹은 수정주의 역사가의 비난을 피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문화, 특히 그 중심에 있는 미국 기독교의 형식과 영향력을 여전히 절대화하거나 우월시하는 많은 미국 기독교인(과 한국 및 비서구의 보수적 기독교인)에게도, 문화와 종교란 그렇게 단순한 메커니즘 위에서 일방적으로 이식되거나 전달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만, 놀이 이 분야의 새로운 통찰과 발견을 주도한 선구적 선교학자가 아니라 공론화 및 대중화하는 역할을 스스로 떠맡은 역사가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이 과정의 더 복잡하고 세밀한 양상과 관련된 신학적·선교학적 논의를 충분히 소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또한 그가 미국 기독교와 한국 기독교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이라고 제시한 것들에 대해서, 겉으로 분명해 보이는 각 공통성 내부에 전혀 다른 세부적 차이점이 공존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흔했다는 지적을 한국사와 기독교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에게서 받을 수 있다.

이 책이 세계 기독교 현상을 해석하는 유일한 권위서는 아니다. 앞서 나온 선구적 작품들과, 이어서 나올 수많은 신진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연결해 주는 눈에 띄는 징검다리 같은 작품이다. 현대 기독교사, 한국 기독교사, 미국 기독교사, 세계 기독교학, 선교학, 복음주의 역사 등 관련 학문의 최근 동향에 관심을 품고 이 세계로 여행하려는 이들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신뢰할 만한 안내서다.


*이 글은 「복음주의와 세계 기독교의 형성」에 수록된 해설의 일부분입니다.


이재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외 여러 학교에서 교회사와 선교학을 가르치며, 근래에「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복있는사람)를 출간했다. 한 아내의 남편, 한 아들과 한 딸의 아빠로, 한 방에서 오글거리며 사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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