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8일 수요일

본질에는 힘이 있다 [IVP BOOK NEWS 118호]

편집후기_예수님의 제자 훈련(개정판): 위대한 훈련가 예수님의 인격과 자질

P. T. 찬다필라 지음|신재구 옮김|무선 140면|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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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예수님의 제자 훈련」

제자 훈련과 제자 양육에 힘쓰던 시절에 CCC 소속이었던 편집자는 출간된 지 꽤 지난 후에 이 책과 조우했다. 단체를 나와 The Banner Fellowship이라는 문서 선교 단체를 만들어 좋은 책을 소개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일을 하던 즈음이었으니, 대략 90년대 초중반이었던 것 같다. 선교 단체를 나왔어도 ‘피 묻은 그리스도’와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은 여전히 내게 지상명령이었고, ‘제자 훈련’이란 단어는 나를 가슴 뛰게 만들었다.
그런 내게 「예수님의 제자 훈련」은 제자화와 리더십 개념을 성경적으로 바르게 갖도록 지도해 주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그분의 지상 사역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 책을 20여 년이 지나 편집자로 다시 만나는 건 편집자, 그것도 정말 소수의 편집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인연일 게다.

  
내가 알지 못했던 ‘찬다필라’

여전히 하나님 나라 운동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혼자 하던 아마추어 문서 운동가에서 전문 문서 사역가라는 달라진 삶의 지평에서 다시 만난 책은 새삼스러웠다. 아니 낯설었다. 편집자가 아니었으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저자에 대한 정보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알고 싶어도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시절, 단 몇 줄의 저자 소개만으로 아쉬웠던 저자 P. T. 찬다필라에 대한 새로운 정보 수집은 다행히 어렵지 않았다. 그에 대한 정보는 A4 6장이나 되었고, 요약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역동적이었다. 그의 동역자에게 ‘테레사 수녀처럼 살고 장 칼뱅처럼 사고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삶을 요약하면서, 그 자신이 위대한 훈련가 예수의 인격과 자질을 충실히 따라 살았던 훈련가였음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알게 된 것도 편집자였기에 가능한 즐거움이었다.

 
무엇이 새롭고, 왜 다시 이 책인가?

최근 IVP는 오래된 내지 편집과 번역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꾸준히 찾는 책들을 찾아 표지와 내지를 전면 개정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저 표지만 바꾼 것이 아니라 원서가 출간된 지 21년 되는 해인 1995년 저자가 책 전반을 보완해 출간한 말 그대로 ‘개정판’이다. 정확하지 않은 용어와 표현들을 새롭게 수정한 것은 물론이고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새롭게 고친, 생각보다 수고가 많이 들어간 책이다.

 
왜, 다시 이 책인가? 우리말 추천글을 써주신 권영석 전 학복협 상임대표가 편집자에게 보내는 개인 이메일 안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잘 녹아 있다. “간사님, 수고 많아요.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좋은 내용입니다. 번역도 많이 손본 것 같군요. 요즈음 주로 사용하는 멘토, 코치 등의 개념과 중복되는데, 훈련의 대가로서 예수님의 성품을 단순 명료하게 자질 형태로 정리해 놓아서 오늘날 주님을 대신하여 훈련가의 위치에 부름받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유용합니다.”
30년 전 프로그램과 방법론 중심으로 치닫던 제자 훈련 이해를 교정해 주었던 본서가 제자 훈련의 유효성을 묻고 있는 오늘날, 변하지 않는 본질의 힘을 되새겨 볼 기회가 되리라 확신한다.



책임편집: 정지영 편집장


나의 불안과 너의 절망을 뛰어넘게 하는 그것 [IVP BOOK NEWS 118호]

강자와 약자(개정판): 강자의 불안과 약자의 절망을 넘어서
폴 투르니에 지음|정동섭 옮김|양장 304면|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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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처럼 다가온 책

이 책이 내게 맡겨졌을 때, 나는 그야말로 ‘약자’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작업하는 내내 괴로움과 절박함이 내 안에 가득했고, 마음에 와 닿은 문장 하나하나에 울컥할 때가 많았다.

 
결국은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만드는 관계 속에는 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그것은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생기는 자연 발생적인 무언가다. 그리고 그 힘이 만든 구조 안에서 누군가는 강한 반응을 하며, 또 누군가는 약한 반응을 보이며 살아간다. 강한 반응을 하는 사람은 자신감과 큰 목소리와 허세와 비난으로 강자가 되어, 약한 반응을 하는 사람은 주눅과 우울과 수치심으로 약자가 되어 살아간다. 그런데 사실 강자와 약자가 원래부터 정해
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죄로 물들어 있으며, 내면에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하기 때문에 나오는 강하고 약한 서로 다른 반응일 뿐이다. 이것이 폴 투르니에의 통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순전한 사랑이란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강자인지 약자인지를 계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고, 예전에 풀지 못하고 지나쳤던 진실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적 질문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은혜, 회복의 실마리

사랑하고 싶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의 논리에 갇혀 버리게 되는 이 모든 구조와 전제를 넘어서고 싶었다.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싶었고, 한계가 있겠지만 진실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이 책은 은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우리 안에는 없지만, 은혜로 얻는 영적인 힘은 새로운 차원의 힘이어서, 모든 힘의 논리와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고 말한다.


표지는 어려워

이 책의 표지는 「죽음을 배우다」란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을 의뢰한 것이다. 강자와 약자라는 제목도 너무 분명한데, 이런 명확한 개념을 이미지로 굳히는 것만큼 독자의 상상력을 가두는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내면의 고통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표현하기에 액자와 휘어진 나무는 적절하고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나머지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한 뼘만큼의 진심

아직 분투 중인 초보 편집자는 이 책을 작업하면서 또 한 뼘 성장했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20년 동안 이 책을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번역투와 오역을 최대한 바로 잡으려고 애썼다. 아름다운 표지가 나오기를 바랐으며, 뭉툭하지만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얻은 폴 투르니에의 통찰과 거기에 담긴 진심이 읽는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근데 그런 진심이 세상에 여전히 통할까? 이걸 묻는다는 것부터 나는 절대적 회의론자가 되긴 틀려먹었다.



책임편집: 전현선 간사


2015년 4월 7일 화요일

일상과 교회의 통합을 꿈꾼다 [IVP BOOK NEWS 118호]

일상 교회
세상이 이웃 삼고 싶은 교회
팀 체스터․스티브 티미스 지음|신대현 옮김|무선 256면|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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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한 청년을 만났다. 약 10~20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분쟁 지역에서 가옥을 빌려 단체로 생활하며 일하는 단체였다. 그는 사무실과 집이 분리되지 않은 데다 생명의 위협에 장시간 노출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큰 스트레스가 있었으니 바로 교회를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일성수를 철칙으로 여기며 자랐지만, 이 NGO에서 찾아간 대부분의 나라는 이슬람권이었고 더구나 전쟁 통에 교회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휴가차 한국에 들어와 그곳에 다시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고, 우리는 Everyday Church(일상 교회)와 베드로전서를 같이 읽기로 했다.

「일상 교회」는 팀 체스터와 스티브 티미스가 섬기는 크라우디드 하우스에서 베드로전서를 설교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전작 「교회다움」에서 ‘교회’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제공했다면 이 책에서는 ‘교회의 성도란 누구인가’라는 실제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책은 세속 사회에서의 성도의 정체성을 규정하며 시작한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거류민이나 나그네에서 찾는 베드로전서와 볼프가 베드로전서를 해석한 논문인 ‘온건한 차별성’에 신학적 바탕을 둔다. 그러므로 책 전반부에서 저자들은 기독교 중심주의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교회를 오히려 원래의 모습에 가까운 교회로 평가하고, 나아가 이를 교회의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새롭게 규정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바로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참된 삶이 무엇이며, 세상에서 기독교인의 자리는 어디인지에 대한 바른 관점을 되찾는 것이다. “주변부에 있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정상적으로 겪는 일이다. 기독교 국가가 비정상적이었다. 우리는 대중매체나 시내 중심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기보다, 핍박이 아닌 모든 것이 기대하지 않던 보너스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p. 55)

‘보너스 의식’은 베드로전서에서 고난과 기쁨이라는 대비를 통해 나타난다. 특히 “만일 그리스도인으로 고난을 받으면 부끄러워 말고 도리어 그 이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벧전 4:16)는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저자들은 ‘보너스 의식’의 회복이 기독교인으로 하여금 자기 정체성을 더욱 명확하게 할 것이며, 기독교가 대안적인 생활 방식, 가치관, 관계에 대해서 숙고할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재세례파의 급진적 공동체 중심주의와 많이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들은 재세례파가 취하는, 세상과 단절된 급진적 공동체가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더욱 주변부 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일상 공동체로서의 교회, 목양, 선교, 전도라는 구체적인 적용점들로 그들의 논의를 확장한다. 학자이면서도 실제를 잃지 않는 교회적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체크리스트와 실제적인 제안들은 당장 교회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성도의 정체성=나그네, 교회의 위치=주변부라는 근본적 관점의 변화 없이는 이러한 제안들은 또 다른 실용적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들은 이러한 주변부의 삶을 방해하는 요인들로 책의 말미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제시하는데, 그중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사람’이다.

교회에서 사람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거의 유일하고도 핵심적인 원인이다.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을 제한 교회를 상상할 수 있다면, 신학적으로 완벽한 교회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교회들은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짜증나며, 갈까 말까 고민해야 하는 곳이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로 떠오른 ‘가나안 성도’라는 말 속에 “예수님은 좋은데 기독교인들은 싫다”는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누군가는 ‘가나안 성도’ 현상을 교회를 기관이 아닌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지고 살아가는 상태로 규정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보다 성도의 삶이 우선한다는 점에서 그 의도에 동의하긴 하지만, 사람을 제거한 완벽한 교회를 상상하는 이상주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하나님의 교회는 오히려 문제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시작한다’는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교회는 우리의 우상들을 드러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죄의 욕망을 위협하거나 좌절시킨다. “그러면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항변하거나 급히 뛰어들어 우상들을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냥 떨어지게 놔두라! 우리의 우상들이 산산조각 깨지는 고통이 있겠지만, 우리는 유일하고 참되신 주님을 향하게 된다.”(p. 242) “그냥 떨어지게 놔두라”는 저자들의 말은 마치 교회와 나를 향한 예언처럼 들린다. 잘해보려 했지만 일상의 모든 실패를 겪으며 우리는 함께 고난당하시는 십자가의 예수님, 바로 복음을 발견한다. 그러기에 하나님이 주신 공동체인 교회가 아직도 우리의 소망인 것이다. 우리는 상대를 바라보며 실패 속에 함께 아파하시는 예수님을 알아가고, 언제나 함께 계시는 그분으로 인해 영광을 발견한다. 이런 삶은 당연히 우리가 관계하는 일상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일상이 되며, 일상은 교회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제목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상 교회」는 교회와 일상을 구별하지 말고 모두 다 일상이라고 주장하거나, 일상이 다 교회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상과 교회를 엄밀히 분리하고, 교회와 일상이 상호 교류하기 위해 교회가 더욱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강화해야 하며, 성도들은 복음을 통해 일상에 더욱 깊이 침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서두에 말한 그 청년에게 ‘당신의 교회’를 찾으라고 격려했고 교회가 당신의 일상에 더욱 깊이 참여하는 것을 돕게 하라고 격려했다.

대화를 나누던 당시까지도 돌아갈지 말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청년의 소식을 몇 주 후에 들을 수 있었다. 더 힘든 중동의 분쟁 지역으로 떠났단다. 그가 내가 격려한 그런 교회를 찾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 공동체와 개인의 일상이 통합된 교회인 ‘일상 교회’를 주변에서 쉽게 찾길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 교회」라는 책은 그 가치와 기대의 중요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아마 청년도 언젠가 만날 ‘일상 교회’의 소망과 가능성을 품었기에 더 힘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때를 기억하며, 청년의 일상을 위해 기도한다.

 

이춘성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라브리 공동체에서 30대를 보냈다. 지금은 고신대학원에서 기독교 윤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현재 강릉한마음교회 교육목사로 섬기고 있다.


2015년 4월 6일 월요일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IVP BOOK NEWS 118호]

제일 소명
세상을 위한 하나님 백성의 제자도
마크 래버튼 지음|하보영 옮김|무선 204면|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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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에게 소명이라는 단어는 그리 새롭지 않다. 소명과 연관된 책들은 이미 시중에 넘쳐 난다. 설교나 특강에서도 단골 주제다. ‘그럼에도 소명에 관한 다른 책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제일 소명」을 만났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삶의 가치라는 무성한 담론의 숲에서 반갑게 만나는 작고 올곧은 길과 같다. 저자 마크 래버튼은 풀러 신학교의 신임 총장이다. 그는 16년의 담임 목회 경력을 갖춘 설교학자이면서 20세기 ‘세계 복음주의의 교황’으로 불리는 존 스토트의 제자이자 동역자이기도 하다.

스토트가 기독교의 기본 진리, 제자도, 십자가에 관한 탁월한 영적 안목을 제공했다면 래버튼은 이 책을 통해 스토트의 사상을 응축해 그리스도인들이 찾아야 할 근원적 소명이라는 지도를 그려 내고 있다.
  

소명에 대한 다각적 탐구

잘 기술된 책들은 논지가 분명하고 일관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에 관한 기술적 정의가 뚜렷하지 않다. 저자는 계속해서 나선형식 서술마냥 표현을 달리하며 소명을 새롭게, 또 새롭게 조명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의 원초적이며 공통된 제일 소명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저자는 줄곧 ‘모든 일에서 예수를 따르는 것이 제일 소명’이라고 언급한다. 이 소명은 개인에게 특화된 하나님의 뜻을 아는 수준을 넘어서 “오늘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찾으심의 분명한 증거가 되는 것”(p. 25)이다.

동시에 이 소명을 회복하는 첫걸음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소명의 시작과 끝”(p. 120)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만들어지는 “영적 성장의 과정 그 자체가 바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p. 181)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제일 소명에 대한 다각적인 탐구는 이 책 전체의 얼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세상의 위기는 사람들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소명을 도외시한 데서 비롯된다. 이를 저자는‘길 잃은 세상’이라고 표현한다.

정직하게 진단해보자.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길 잃은 세상에 동참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이런 세상의 혼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망명지로서의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소명을 갖고 망명지에서 산다는 것은 “스스로를 돌보는 것 이상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소비 중심적인 우리 시대의 문화를 뒤엎는 것”이라고 대범하게 주장한다(p. 72).

 흔히 우리는 소명을 개인의 재능이나 은사를 발견해서 그것을 유익하고 선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명의 진정한 발견은 그보다 더 깊은 묵상을 요구한다. 각 사람의 고유한 잠재력을 발굴하고 계발하는 자아실현적 소명에 앞서 반드시 치열하게 숙성시켜야 할 공통된 소명의 과제가 있다.

저자는 이를 소명의 일차적인 것과 이차적인 것으로 구분한다. 일차적인 것은 예수를 따르는 데 수반되는 인격과 신앙,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내면화, 성령의 열매 맺는 삶, 삶의 우선순위와 같은 성품과 영성의 과제들이다. 이차적인 것은 직장, 사역, 우정, 결혼, 봉사, 재능, 교육 등과 같이 더욱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활동들이다.

저자는 일차적인 것을 전제로 이차적인 것들을 계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경 속의 하나님은 이차적인 것보다 일차적인 것에 훨씬 더 관심이 있으시다”(p. 105).

 
소명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저자는 소명이 우리를 움직이는 과정을 ‘사랑의 여정-지혜의 여정-고난의 여정’으로 서술한다. 앞서 말했듯이 근본적으로 하나님 아버지와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놀라운 사랑의 관계가 인간을 해방하고 개인의 우선순위를 넘어서 다른 이들을 섬기는 삶으로 확장된다.

사랑은 관계 안에서만 일어나기에, 사랑의 여정은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삶으로 이어진다. 부름받은 공동체(에클레시아)인 교회는 사랑받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연습하는 곳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삶에는 상황에 대한 실존적 지혜가 필요하다.

저자는 모든 상황에서 지혜의 준거점은 하나님의 진리와 성품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세상은 약속의 땅이 아닌 망명지와 같은 곳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제일 소명은 고난의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 안에 충만히 거하면 우리의 관심은 자기 자신에게서 우리가 섬기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필요로 서서히 옮겨지고, 우리의 내면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하는 바람이 싹트게 된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이익과 지위를 포기하고 소명의 모험에 들어선 이들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 책에도 여러 사례들이 담겨 있다. 로스쿨을 포기하고 도시 빈민 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면서 부모와 의절하는 위기에 놓인 청년, 도시 갱단의 일원에게 음식 만들어 주는 일을 하면서 수차례 강도를 당한 신실한 그리스도인, 은행원으로서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고 대출 정책의 내부 비리를 고발한 교회 여성 등은 고난의 여정으로서의 제일 소명을 보여 주는 생생한 실례들이다.

이 시대는 분명히 소명의 혼란을 겪고 있다. 돈과 취업으로 가장 불안해한다는 대학생들과 심층 상담을 해 온 한 교수는 최근 청년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쯤 되면 이 책의 문제 제기는 오늘날 한국교회 그리고 이 사회의 현실과 공명하지 않겠는가? 제일 소명의 실천은 그야말로 모든 일에서 예수를 따르는 삶이기에 특별한 상황이나 조건이 갖춰지기 까지 기다림이나 머뭇거림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서 그 누구도 제일 소명의 숙제 앞에 예외는 없다!

 

■ 본 원고는 《목회와 신학》 2014년 12월호에 실린 원고를 편집한 글입니다.

 
김선일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실천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도학, 선교적 교회, 일의 신학과 소명 등을 가르치고 있다.


출판 좌담, 2015년을 말하다




봄이 오는듯 오는듯 안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 겨울인 것 같고 2014년인 것 같다.
하지만 엄연히 2015년은 벌써 4월 언저리까지 왔고, 
2014년을 정리하고 2015년으로 넘어가야만 하는 때가 왔다.
그리하여, 세 명의 편집장과 두 명의 영업자는 
2015년 3월 5일 목요일 아침, 분위기 좋은 IVP 산책에 모였다.

참석자: 노종문(편집1부, 이하 노), 정지영(편집2부, 이하 지), 
정모세(편집3부, 이하 모), 정성운(영업부, 이하 운), 최재인(영업부, 이하 재) 
프라이버시를 생각하여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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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기독교 출판계 키워드 정리>

운: 가장 먼저 도서정가제를 들 수 있겠다. 할인이 없어서 소비가 위축된다는 흐름이 기독교 시장에도 적용되기는 했지만, 원래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맞게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쏠리는 현상이 줄고 지역 서점에서 매출이 조금씩 늘어난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이제 법의 틀 안에서 우리의 역할을 어떻게 충실히 감당할지 더욱 고민해야겠다.

국내 저자 강세 현상도 눈에 띈다. 기독교출판협회에서 집계한 2014 기독교 베스트셀러 50위 중 38권이 국내서이고, 이찬수, 조정민, 유기성 목사님 등 검증된 국내 저자의 책은 계속해서 베스트에 진입한다. 이런 구매 패턴이 지역 교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재: 목회자 책의 경우 기본적으로 구매층과 홍보 채널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저자 강연을 다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고, 전체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이 기독 출판 시장의 구조적 특이점이다.

국내 저자들이 꾸준히 책을 내고 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하는데 판매량은 줄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새 기독교쪽 초대형 베스트셀러도 없었다. 예전 베스트셀러는 10만 부 정도 팔렸는데 지금은 초기 진입 1만 부만 돼도 베스트로 집계된다. 이런 현상은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든 출판계의 흐름과 동일하게 나타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세월호 사고의 영향도 있었다. 사회 전체적으로 자숙하는 분위기가 이어졌고,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정모세

지: 출판 또는 독서와 관련해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출판사와 독자만 존재하던 기독 출판 시장에서 저널 같은 전통적 매체와 SNS 같은 새로운 소통 채널을 통해 책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달의 책이나 올해의 책을 더 적극적으로 선정하는 언론, 함께 읽기를 위한 도서관, 기독 출판계 밖에 몸담고 있는 전문 출판인들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독 출판계와 독서 판매에 변화가 일었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예가 「광장에 선 기독교」인데, 오피니언 리더와 의식 있는 독자층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어 판매에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일반 독자층까지 깊숙이 전해지지는 못한 아쉬움이 있다.

광장에 선 기독교 무례한 기독교 


노: 그럼에도 공적 신앙은 2014년 기독교계의 중요한 이슈였다고 말할 수 있다. 독자층이 크지는 않았지만 한국교회와 기독교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신학생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토론된 주제였다. 세월호 사고 및 사회적 위상이 축소되는 한국교회의 상황 속에서 교회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고조되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광장에 선 기독교」를 가지고 개최했던 공적 신앙 세미나가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개정되어 나온 「무례한 기독교」도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재: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해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기독교인이 기독교적 시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 정교하지 못한,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기독교적 사고를 가지고 현대 사회를 해석한 대표적인 사건이 문창극 총리후보 관련 이슈다. 분명 신앙에 대한 열정과 옛날 함석헌 선생의 설교 방식을 취했겠지만 굉장한 괴리가 있었고, 결국 대중들에게 기독교적 해답이 아닌 반감만 주었다.


모: 2014년에는 출판사들이 자기 색을 찾아가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져서 출판사 이름을 들으면 몇몇 특징들이 분명하게 떠오른다. 또 불황이 한 가지 이유일 텐데, 많은 출판사들이 신학책이나 두툼한 학술서나 시리즈물 출간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요즘 단행본들은 나온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반면 그 시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된 판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출판사의 기획이 그쪽으로 쏠릴수록 그런 서적들이 서로의 판매를 이끌어 올릴지, 아니면 제한된 구매력으로 평균 판매가 줄어들지 잘 모르겠다.



<2014 IVP 출간도서 중 아쉬운 책>
 
지: 요즘 「일상 교회」나 「슬로처치」(새물결플러스) 등 교회론에 대한 내용이 화두가 되고 대안 교회론을 모색하는 목사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하나님 나라의 모략」이 바로 다양한 나라와 상황과 계층에서 새로운 하나님 나라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정리해 주는 ‘대안 사전’ 또는 ‘사례 보고서’ 같은 책이다. 인쇄 사고와 출간 시기의 문제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해 정말 아쉽다. 여전히 교회 갱신에 관심 가질 만한 분들이 읽어 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과 일반계 출판에 ‘아빠 전성시대’라는 키워드가 있었음에도 도널드 밀러의 「아버지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많이 소개되지 못한 것 또한 아쉽다.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데 핵심 독자를 확대해 콘셉트가 모호해졌다. 출판을 하다 보면 늘 이런 딜레마가 존재한다.

하나님 나라의 모략  팔레스타인을 걷다  뜻으로 본 통일 한국 


운: 우리 출판사의 대표 저자인 김영봉 목사님의 책인 「팔레스타인을 걷다」를 꼽는다. 목사님 글에 대한 독자들의 호감도가 높은 편인데, 이 책 역시 세월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스라엘에는 환상을 가지고 팔레스타인에는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일부 있었다. 더구나 2014년 2월에 성지순례객 폭탄 테러가 일어나서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미지가 더더욱 안 좋게 부각됐다. 평화적인 시대였다면 그곳에 방문해 예수님의 길을 밟았겠지만 시기를 잘못 타 아쉬움이 컸다.


재: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뜻으로 본 통일 한국」이 더 빛을 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근대 이후 현대사를 왜곡해서 인식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기독교적 현대 역사관의 길잡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노: 나는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 이야기」를 꼽겠다. 신학과 유학을 제대로 공부한 보기 드문 전문가의 연구로서 훌륭한 기여를 한 책이다. 저자가 장신대 교수로 강의하시는 동안 최고의 인기 강좌였는데, 출간 직후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 없었다. 꾸준한 반응이 있지만, 확산에 힘을 받지 못해 좀 아쉽다.


<2014 IVP 출간도서 중 의미 있었던 책>

재: 「교회탐구포럼4: 교회의 성 잠금해제」를 꼽겠다. 요즘 청년들은 개방적인 성 의식을 지녔는데 교회는 보수적인 태도만을 고집하고 가르쳐 왔다. 이 책에서는 그런 현실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책은 젊은 세대의 성 문제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량화된 실증적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로 인해 기존 교회 탐구포럼 1-3권까지 주목받고 있고, 포럼 자체도 연구로서 자리잡고 있다.
한국 교회와 직분자: 직분제도와 역할  한국 교회와 여성  급변하는 직업 세계와 직장 속의 그리스도인  교회의 성 잠금 해제

지: 보통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말할 때 비판받는 점이‘거대 담론’만 다룬다는 것인데, 「좋은 교사를 꿈꾸다」는 기독교 세계관에 의한 교육학 담론이 우리나라의 토착 상황에서 기독교적 교수법이라는 세부적인 각론을 펼쳐 낸 책이다. 기독 교사 운동의 1세대였던 저자는 기독 교사 운동을 하며 겪은 이야기와 실제적 사례들을 저자 특유의 투박함과 진솔함으로 담아내고 있어 성경적이면서도 우리 정황에 맞는 기독교적 수업이라는 실체를 찾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노: 나는 「깨어진 세상 희망의 복음」을 꼽고 싶다. 김유복 목사는 30년 동안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복음을 전해 왔다. 책의 내용을 보면 책상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불신자들과의 수많은 대화의 경험이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편집 과정에서도 저자는 늘 ‘불신자들의 실제 질문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최근에 나온 신무신론과 같은 이슈들에 대해서 성실히 연구하여 답하고 있으며, 복음을 개인 구원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 소개하는 점에서 뛰어난 변증서다.

좋은 교사를 꿈꾸다  깨어진 세상 희망의 복음



모: 나는 2014년 IVP의 출간을 네 가지 주제로 정리해 봤다.

1) 기독교의 사회적 위치를 점검한 것, 곧 기독교 공공성에 대해서 꾸준하게 다룬 것이 의미있다. 「광장에 선 기독교」, 「무례한 기독교」(개정판), 「하나님 편에 서라」, 「예수 혁명」, 「제일 소명」 등을 통해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2) 「주기도와 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의 모략」, 「케이프타운 선언」 등을 통해 하나님 나라 운동에 대해 협력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3) 「죽음을 배우다」, 「첫아기를 가진 부부에게」, 「강자와 약자」, 「일상 상담」 등 다양한 생활 영역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았다.

4)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와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를 통해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를 깊이 살펴봤다.

   또한 2014년에는 국내서를 8권(25%) 출간했는데 예년에 비해서는 많지만 앞으로 국내서가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 국내서 기획도 늘어나고 있으며 2015년에는 10종가량 출간할 계획이다.


 
<2015년 IVP 출간 방향과 기대되는 책>

모: 앞서 말했듯 약 10종의 국내서를 준비 중이다. 신원하, 정일권, 우병훈, 박영돈 등 고신 교단 라인 국내 저자들의 책들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개혁적인 개혁주의 성향을 지닌 저자들의 책을 낼 수 있어서 고무적이다.

운: 올해도 말씀을 다루는 책들이 강세를 지속할 것이다. 우리 독자들에게는 말씀에 대한 필요가 늘 있는데, 이 필요들을 어떻게 독자 수준에 맞게 풀어낼지가 과제다. 2014년 12월에 출간된 「말씀을 읽다」(예수전도단)는 첫 저작이기도 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1개월 사이 1만 부 정도 팔렸다. 우리가 펴낼 「손에 잡히는 구약/신약 개론」 역시 그런 점에서 의미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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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마존닷컴
노: 올해에는 우리도 성경과 관련한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있다. BST 구약 시리즈 출간을 재개한다. 지금 레위기 번역 원고를 읽고 있는데,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원고다. 크게 기대하고 있다. 또한 「톰 라이트 에브리원 주석 시리즈」를 완간하고, 톰 라이트의 신약 번역인 「하나님 나라 신약성경」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다. 성경 말씀을 통해 힘을 얻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또한, 공적 신앙 이슈를 발전시켜서 타종교 문제를 다루는 책, 「기독교는 타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와 미로슬라브 볼프의 「알라」, 앤디 크라우치의 「권력의 타락과 구원」, 신약 성경의 제국 비평(제국이라는 역사적 문화적 상황에 민감하게 본문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는 「예수인가 카이사르인가」 등이 기대된다.


모: 개신교 선교사 입국 130주년을 맞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전기를 출간한다. 단지 역사적 관심이 아닌 공적 신앙의 맥락에서 한국 개신교 형성기를 되짚어 보면서 한국교회의 성격을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뜻밖의 손님 이야기」,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청소년판」, 「어린이 성경」 등 독자층을 넓히는 시도도 꾸준히 이뤄질 예정이다.



언더우드  Product Details

   개인적으로 톰 라이트와 미로슬라브 볼프의 책들이 기대된다. 특히 볼프는 현대의 첨예한 문제들에 대해 탁월하고도 실제적인 견해를 내고 있다. 「기억의 끝」에서는‘용서’와 관련된 ‘기억’을 전면에 배치하는데, 이 키워드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화두가 되지 못한 주제이지만 신학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재: 나도 볼프의 「알라」를 기대한다. 2014년부터 이슬람 관련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교계에서는 이슬람권에 대해 굉장히 두터운 저항의 벽을 쌓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어느 정도 정확한 통찰과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Product Details지: 나는 「기독교 교리 핸드북(제3판)」을 꼽는다. 신학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출간했지만, 굉장히 오랜만에 교리 책을 출간한다는 것도 의의가 있고, 무엇보다 교리와 신학보다는 삶이라는 실천적·실존적 영역에 방점을 둠으로 연성화되고 빈약해진 복음주의의 약점에 균형을 잡아 준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3번의 개정을 거치는 동안 매번 새로운 글로 추천을 해 온 제임스 패커의 책임 있는 모습에서 보듯, 이 책은 1982년 출간 이후 복음주의권에서 건전한 신학과 교리 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표준적인 조직신학과 교리서로 애용된 책이다.



 
<IVP를 대표해 각오 한 마디>

운: 도서정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각 출판사의 할인 정책들이 이벤트로 이어지고 있는데, 영업부에서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참신한 마케팅을 위해 예전보다 더 긴밀하게 계획을 세우겠다.


재: 출판 영역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고, 한 출판사가 한 분야를 떼어 내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는 역할을 하겠다. 물론 전문 영역의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까지 같은 가치로 아우를 수 있는 대중적 접근 역시 놓치지 않겠다.


모: SNS의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우리도 독자들과 잘 만나기 위해 SNS를 잘 활용하고, 북콘서트도 적극적이고 꾸준히 지속해야겠다. 함께 운동해나가는 데 노력하겠다.


지: 우리가 본질적으로 지녔던 가치와 유산들을, 우리는 잃어가고 세상은 잘 발견해 활용하고 있다는 데 나는 위기감을 느낀다. 최근 일반 출판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함께 읽기’라는 트렌드가 그렇다. 나는 이것이 그동안 우리가 줄곧 해 왔던 문서운동의 일반 버전이라 생각한다. 가슴에 품었던 비전과 함께 나눠야 할 유산을 우리는 잃어버리고 다른 이들이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것에 도전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노: 우리의 생각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G&M 재단의 오디오북 사업이나 양질의 콘텐츠들이 다른 출판사에서 발간되는 등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나누어진다는 점에서 고맙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이 다 해내지 못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한국적 복음주의 운동의 촉매가 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출판이 복음주의 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뒷받침할 수 있었으면. IVF와 함께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이를 통해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프로도와 친구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출처:카카오톡

2015년 4월 5일 일요일

이 책을 먹으라, 식객을 소개합니다! [IVP BOOK NEWS 118호]


"낭독이라고 하면 약간 유치한 이미지를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소리 내 읽는 방법은 좋은 것을 흡수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 눈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를 냄으로써 귀도 사용된다. 발음하기 위해 목과 가슴을 진동시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의 구석구석까지 움직이고 깨닫게 된다. 낭독이라고 단순히 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사이토 다카시, <공부습관 달라지는 책> p.112 
 페이스북 그룹 식객 류재한 님의 글을 재인용

 * * *


2014년에는 ‘함께 읽기’가 대세였다. 
그런데 이런 대세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방학마다 ‘식객 프로젝트’를 펼치는 IVF 일상생활사역연구소(이하 연구소)다. 
책 읽지 않는 청년, 생각하지 않는 청년 등 젊은이들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가 가득한 시대에, 
공들여 책 읽기 위해 모인 (구름떼 같은?) 이들... 

2015년 1월 27일(화)~29일(목)에 부산 IVF 센터에서 열린
‘식객’(食客)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주실 
홍정환 연구원님을 만나 보자.
물론 서면으로...

  
ⓒ지성근-知識
ⓒ윤푸름-飮食





Ivp 북뉴스(이하 북): ‘식객’이라,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이름입니다. 이름의 뜻은 무엇이고, 어떻게 모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홍정환(이하 홍): 식객이란 ‘지식과 음식을 함께 나누는 손님[客]의 모임’이란 뜻이고요, ‘식객 프로젝트’는 2010년 여름 「그분의 형상대로」(마이클 윌킨스)와 「회심」(짐 월리스)을 읽는 모임으로 시작됐습니다.

식객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과의 접촉점이 부족했던 연구소가 학생들을 만나 나누고 배울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금세 밥도 사주고 책도 같이 읽는 모임을 하자는 결론에 이르게 됐죠.

‘미리 읽어오라거나, 발제를 맡으라고 하면 아무도 안 올 테니까 모인 자리에서 읽자’, ‘속도를 맞출 수 있도록 소리 내서 돌아가며 읽자’라는 생각으로 음독/윤독 방식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장민아

북: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진행하시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홍: 맞습니다. 하루 한 권을 읽기가 정말 빠듯해요. 그래서 분량을 제한하다 보니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책이 배제될 때도 많았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교차하는 지점이나, 더 생각해 보고픈 지점에서 잠시 쉬어갈 틈도 없었죠.

초기 식객을 진행하면서 그런 피드백들을 받았고요, 여러 회를 거치면서 보완해서, 이제는 한 장이 끝나면 질문과 토론 시간을 짧게 가지면서 책을 ‘잘’ 읽고 있는지 확인도 하게 됐습니다. 질적으로 좀더 발전할 수 있었죠.

 
북: 이번 겨울에 열린 식객의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홍: 식객 2015는 ‘공적신앙’이라는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세월호나 문창극 총리후보 등의 이슈가 두드러졌던 작년 여름에 다루려다 시류에 영합하는 듯해 좀 묵혀두었죠. 관련 도서 대표적인 「광장에 선 기독교」와 「무례한 기독교」를 선정하고 이후에 ‘세상을 위한 하나님 백성의 제자도’라는 부제를 단 「제일 소명」을 추가했습니다.

ⓒ장민아
 
북: 흥미로운 나눔이었겠어요. 그나저나 저도 식객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홍: 원래 식객 모임은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하루 종일 책 한 권을 읽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함께 음식을 나누고 책을 나눈다는 취지만 있다면 다양한 형태로 ‘식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미리 책을 읽거나 요약해 오거나 준비할 필요 없이 참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도 적습니다.

메모나 밑줄 등을 사진 찍어 SNS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집단지성을 형성하는 독서 활동’도 지속적으로 시도했답니다. 자연스럽게 모임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캠퍼스 식객을 진행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 모임을 접한 분들도 지역에서 각자 식객을 진행하셨습니다. 두세명의 작은 모임부터 시작해 보세요.


함께 먹고 함께 읽기. 
책 한 권을 짧은 시간에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은 ‘식객’이 가진 굉장한 장점일 것이다. 

“왜 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할까?” “분명히 읽은 책인데 왜 새롭기만 할까?”라는 
아픔(!)에 사무치는 당신, 
어서 주변에 있는 동지들을 끌어모아 “이 책을 드시라!”

ⓒ윤푸름


* 참석자들의 소감

각자의 목소리와 톤으로 책을 읽어서 지루할 틈 없이 딱딱한 흑백의 글자가 더욱 풍성하게 다채롭게 채워지는 것 같았다. 읽은 부분을 정리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책의 흐름과 맥락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_장민아(동아10)

책을 읽고 덮으면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다._한송희(인제13)

하루에 한 권을 참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이렇게 책 한 권 떼기가 힘든데, 공동체와 함께 읽어서 더 좋았고 의미 있었다._이다솔(동아13)

부르심은 어떤 역할을 가지는 것,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적인 변화로 부름 받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글은 한국 사회에 미생으로 살아가는 청년 그리스도인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 같다._배성우(부산IVF 간사)
 


ⓒ한송희

 
 * 식객에서 함께 읽을 만한 추천 도서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우종학),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김영봉),
예수님이 차려주신 밥상」(팀 체스터),
주기도와 하나님 나라」(톰 라이트),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신원하),
화해의 제자도」(에마뉘엘 카통골레, 크리스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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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생활사역연구소의 홍정환/정한신 연구원님의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


2015년 4월 4일 토요일

거인의 어깨 위에 서기 [IVP BOOK NEWS 118호]

생각하는 그리스도인
반지성주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고함
존 스토트 지음|한화룡 옮김|무선 102면|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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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은 IVP 직영서점 산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고,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등 주요 온라인 서점과 
갓피플몰, 라이프북 등의 기독교 온라인 서점 및 지역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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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을 보았다

존 스토트를 생각할 때마다 “난쟁이가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떠오른다. 거인은 우리를 덥석 집어 들고 순식간에 산등성이에 올려다 놓아줄 수 있는 존재다. 하나님은 난쟁이들 속에 가끔 이런 거인들을 보내신다. 우리는 친절하고 겸손한 거인 동료들의 어깨를 딛고 서서, 갑자기 그들만큼, 때로는 그들보다 좀더 멀리 볼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은 존 스토트가 그리스도인 사이에 만연한 반지성주의를 반성하고, 지성을 온전히 사용해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스도인의 제자도를 위해 어떻게 지성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지 해명한다.


거인을 따라하다

존 스토트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존 스토트를 따라 생각하게 된다. 예수님을 향한 헌신, 지성, 인격, 실천이 하나 된 그의 모범은 복음주의자들에게 허락된 소중한 유산이며, 우리가 방향을 잃고 혼란을 느낄 때 그의 글을 다시 집어 들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보여 주는 성경적 헌신의 세계가 친숙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우리가 이미 이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 주는 그림이 신선하고도 상쾌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복음주의자들의 집단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원래 그림의 매력이 다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인을 넘어서자

아쉽게도 이제는 존 스토트와 함께할 수 없다. 거인은 사라지고 난쟁이들끼리 손잡고 힘을 합쳐 산을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이 새로운 시대는 지난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문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그래서 거인을 추억하며 그 발아래 머무르려 하지 말고 거인의 어깨를 딛고 서야만 한다. 그는 당시의 어떤 문제들을 주목했는가? 그는 어떻게 영감을 얻었고, 어떤 믿음을 지녔고, 실제로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을 실천했는가? 이런 질문의 과정을 통해 우리도 우리 시대의 과제를 발견하고 그와 맞서는 믿음의 도전을 시도할 때, 거인을 보내어 우리를 흐뭇하게 하신 하나님이 또 다른 은혜를 부어 주실 것이다. 그 은혜를 사모하고 간구하면서, 거인에게 배운 진리와 모범으로 힘을 얻고 이제 마주한 숲과 좁은 길을 한 걸음씩 헤치고 걸어나가자.

 

■《활천》 2015년 4월호에 실린 원고를 편집한 글입니다.


노종문 IVP 편집장


2015년 4월 3일 금요일

별 아저씨의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읽기 [IVP BOOK NEWS 118호]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과학과 신학의 하나님 탐구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박규태 옮김|반양장 560면|2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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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조율된 우주」는 IVP 직영서점 산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고,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등 주요 온라인 서점과 
갓피플몰, 라이프북 등의 기독교 온라인 서점 및 지역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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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자연신학을 부활시키고 있다!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는 근대주의적 자연신학의 맥락에서 변증적 시도들을 해왔지만 사실 그런 접근법은 신학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지 오래다. 그런데 과학에 정통한 맥그래스가 자연신학에 새로운 옷을 입혀서 21세기 상황에 맞게 부활시키고 있다. 맥그래스의 과학적 신학을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삐딱하게 보겠지만 나는 그의 작업이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연신학을 부활시키려는 그의 노력은 자연신학이 겪은 실패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가는 창조과학과 지적설계에 대해 올바른 조명과 대안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연신학의 부활

‘삼위일체 자연신학’으로 번역된 1부의 원제목 ‘A Trinitarian Natural Theology’는 ‘기독교적’ 자연신학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새로운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19세기 영국의 고전적 자연신학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새로운 자연신학의 이름으로 맥그래스는 ‘trinitarian’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삼위일체 혹은 기독교 자연신학이란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고전적 자연신학이 제시하는 신(시계공)은 사실 이신론의 신에 가깝다. 그러나 시계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이신론의 신과는 달리, 유신론의 신은 지금도 자연 세계를 운행하는 신이다. 맥그래스의 삼위일체 자연신학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무’ 신이 아니라 바로 기독교의 신을 대상으로 한다. 이신론이 우주를 창조한 신을 대상으로 한다면, 유신론은 우주를 창조하고 지속적으로 섭리하는 신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에 맥그래스의 삼위일체 자연신학은 우주를 창조하고 지속적으로 섭리하면서, 동시에 성령을 통해 우리가 성경과 자연을 올바로 이해할(해석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신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자연신학과의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자연을 통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변증적 입장보다는, 기독교적 시각이라는 독특한 렌즈를 통해 자연을 읽어 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십자가의 고통을 경험한 성자와, 성경과 자연을 읽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지혜를 주는 성령의 역할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자연을 읽어내는 해석에 대한 강조는 과학을 절대화하는 19세기의 근대주의적 과학관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고, 삼위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고전적인 자연신학이 담아낼 수 없었던 구체적인 ‘기독교’의 신을 대상으로 삼게 해준다.

이러한 새로운 자연신학의 바탕 위에 맥그래스는 전작 The Open Secret에서 풀어 낸 개념들을 확장시킨다. 2부 ‘조율된 우주’는 과학적 관측 사실을 바탕으로 신학하기에 앞서 과학철학에서 많이 논의되는 유추 방법들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덧붙인다. 아울러, 어거스틴의 창조 이해를 분석하여 자연신학의 렌즈의 한 예로 삼는다.

맥그래스의 주장에 따르면, 자연(과학)을 통해 신을 증명하거나 기독교를 변증하려던 계몽주의적 자연신학을 넘어서 오히려 기독교 신앙을 조망하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자연신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기독교 전통이라는 렌즈로 자연을 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더 이해할 수 있는 틀을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자연 안에서 신을 증명할 내용을 찾으려 하지 말고, 오히려 기독교 신앙의 눈으로 자연을 보면서 창조주와 창조세계에 대한 더 풍성한 내용과 통찰을 얻으라”는 자연신학에 대한 맥그래스의 관점은 계몽주의적 자연신학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나의 시각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가 신을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를 통해 이 세상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맥그래스의 수고는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후반부는 만만치 않다. 인류 원리(anthropic principle)를 빅뱅 우주론의 관점뿐 아니라 생명체의 탄생(화학 진화)과 진화(생물 진화)의 관점에서 각각 풀어 가는데, 몇몇 장들은 상당히 기술적이라 일반 독자들에게는 난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진화의 메커니즘, 진화의 방향성, 목적성 등을 차례로 다루는 맥그래스의 수고는 무척 고무적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씨앗 창조론을 재조명해 창조신학의 기초로 세우는 접근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영감을 준다. 더군다나 창발성(emergence) 개념을 통해 앞으로 나타날 현상까지도 창조라는 개념에 포함시키는 센스도 발휘한다. 과학이 알려주는 지식들을 가지고 유신론을 지지하는 해석으로 풀어가는 방식은 무신론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접근법이다. 물의 특수성이나 다중우주에 대한 설명 등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있지만 과학 관련 다양한 문제들을 담아낸 그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과학과 신앙의 대화에 상당한 유익을 준다.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구성된 꼭지들은 산만함 없이 핵심 내용을 간파하게 하고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는 주제의 제목들은 흥미를 돋운다. 유명한 기포드 강연을 책으로 엮은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는 최근 그가 시리즈로 낸 방대한 분량의 책들의 핵심을 압축한 축약판이며 근대주의적 자연신학을 넘어서는 수작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현대 과학의 결과를 기독교 신학 안에 충분히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조망하면 보다 적합한 설명이 가능함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새로운 얼굴로 자연신학을 부활시킨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우종학 과학과 신앙이 조화롭게 대화하는 날을 꿈꾸는 별 아저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5년 4월 2일 목요일

상담의 핵심, 함께하는 것 [IVP BOOK NEWS 118호]

일상 상담
메마른 일상에서 서로를 돌보다
카린 아커만 슈톨레츠키 지음|강미경 옮김|무선 196면|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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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상담」은 IVP 직영서점 산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고,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등 주요 온라인 서점과
갓피플몰, 라이프북 등의 기독교 온라인 서점 및 지역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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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는 내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가까운 주위만 봐도 부모님 중 한 분이 일찍 세상을 떠났거나, 부모가 이혼했거나, 늘 싸우는 부모 밑 혹은 조부모나 친척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일반 교회에서는 치유를 맛보기가 힘들다. 내적 치유나 상담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하지만 온전한 치유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진정한 치유에는 내적 회복에 상응하는 외적인 삶이 수반해야 하는데, 보통 교회 생활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정교회에서는 치유가 일어난다. 필요할 때 만나고, 진심으로 얘기를 듣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모일 때마다 삶을 점검하는 목장 모임을 통해 외적인 삶이 변하고 온전한 내적 치유가 이루어진다. 가정교회 초기에는 상담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실제로 목장 사역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이렇듯 상담의 기술에 대해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일상 상담」이라는 책이 나와 반갑다. 저자는 초대 교회에서 성도 간에 자연스레 상담이 이루어졌던 것처럼 진정한 상담은 교인들 사이에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하게도, 이 책에서 말하는 상담의 핵심은 위기와 갈등, 질병과 슬픔, 회의와 의심 가운데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강요하듯 주어지는 조언은 오히려 언어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담가는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일상 상담 사역의 주 도구가 기도이기 때문에 가정교회 사역에 적합하다. 상담자는 피상담자에게 기도를 가르치고, 그를 위해 기도한다. 상담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바로 하나님께 ‘화살기도’를 올려 하나님이 직접 상담에 개입하시게 하고, 피상담자에게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하나님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도록 권한다.

상담가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한 가지 소개한다. “슬픔을 당한 사람을 만나면 위로할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 사람들이 피하게 되는 수가 많은데, 당사자에게는 그런 모습이 자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아무 말 없이 다가가서 같이 있어주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경청해 주면 됩니다. 답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것이 경청입니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지 말고, 진정으로 경청하면 자연스럽게 할 말이 생깁니다.”


■ 2015년 2월 27일 가정교회사역원 원장 코너에 실린 최영기 목사의 원고를 편집한 글입니다.


최영기 신약성경의 교회를 만드는 꿈을 꾸고 시작한 텍사스 휴스턴 서울 침례교회의 은퇴목사이자 가정교회사역원 원장으로 섬기고 있다.


2015년 4월 1일 수요일

존 스토트가 이 세대의 그리스도인을 향해 던진 메시지

온전한 그리스도인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을 향한 5가지 요청
존 스토트 지음|한화룡 옮김|무선 144면|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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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그리스도인」은 IVP 직영서점 산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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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피플몰, 라이프북 등의 기독교 온라인 서점 및 지역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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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인가?

존 스토트는 20세기 영국 성공회에서 존경받던 복음주의 목회자로서, 설교와 저술을 통해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잘 알려지고 사랑 받아 온 저자다. 이 책 「온전한 그리스도인」은 1980년 영국에서 개최된 그리스도인 의대생을 위한 국제 대회에서 그가 강의한 내용을 번역하여 출간한 것이다. 140쪽 정도의 짧은 분량인 이 책에서 그는 인격, 소명, 참여, 윤리, 선교라는 다섯 가지의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실 이 주제는 한데 모여 ‘온전한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곧 온전한 그리스도인은 균형잡힌 인격을 지니고, 주님이 주신 소명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여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하며, 윤리적으로 세상과 구별되는 삶을 살고, 소망을 잃어버린 세상을 향해 선교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인 것이다.

 
인격, 소명, 참여, 윤리, 선교

존 스토트는 이 뚜렷한 핵심 주제를 특유의 간결하고 명확한 어투로 서술해 나간다. 먼저 인격을 다루면서 그는 통합성(integrity)을 강조한다. 이는 곧 우리의 전 인격이 예수님의 주되심을 중심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지성과 감정, 의지의 세 측면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우리의 지성과 감정과 의지를 예수님의 주권적인 사랑의 통치, 곧 주되심 아래 복종시키는 것이다.”(p. 35)

이어 그는 직업과 소명을 논한다. 소명에 관해 스토트가 강조하는 것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부르시며, 각자가 처한 삶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분의 나라를 섬기도록 부르신다. 우리의 직업적인 활동 역시 하나님의 영광과 세상의 유익을 위한 섬김의 활동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면서, 스토트는 우리가 복음적인 입장에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구원자일 뿐 아니라 창조주로서, 세상에서 그분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일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 더욱이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존귀하며, 따라서 우리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삶을 살도록 돕고 보호해야 한다. “모든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이들이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그러기에 그들은 섬김을 받아야 하고 착취당하지 않아야 한다.”(p. 82)

또한 그리스도께서 이 고통 받는 세상에 성육신하셔서 사람들을 고치고 돌보시며 위로하신 사실은 우리 역시 주님을 따라 똑같은 일을 행해야 할 이유가 된다. “예수님이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셨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p. 86)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이실 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삶을 다스리는 주님이시다. 그리고 교회 역시 지역 공동체 안에서 복음적인 선을 증진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

이어 그는 윤리의 문제를 다룬다. 스토트는 여기에서 그리스도인의 ‘구별됨’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된다는 것은 나머지 인류와 구별되어 하나님의 고유한 백성이 된다는 뜻이다.”(p. 100) 우리는 세상과 구별되는 기독교적 믿음을 견지하면서도, 그 세상을 복음으로 비추기 위해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기독교가 요구하는 의와 거룩은 내면의 문제로,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먼저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토트는 선교의 문제를 다룬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의 선교는 하나님의 본질과 성품에 뿌리내리고 있다. 곧 하나님 자신이 자신을 알리시기 원하시는 선교적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선교의 사상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체에 걸쳐 나타나며, 교회로서 우리는 그 부르심을 받들어 적극적으로 선교 활동에 나서야 한다. “교회는선교다. 교회는 증거하고 섬기기 위하여 세상으로 보내진 하나님의 백성이다.”(p. 139)

 
이제는 안식하고 있는 스토트가 우리에게 남겨 준 교훈

나는 약 15년 전 존 스토트의 책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통해 그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 같다. 나는 존 스토트가 늘 건전하고 건강하며, 기본에 충실한 기독교 신앙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치 영국에서 좋은 신앙 교육을 받고 자라난 모범생이자 신사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참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때로 내가 처한 혼란스럽고 부서진 현실을 마주하며 그는 마치 다른 세계에 속한 것같이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에게 거리감을 느끼거나, 그의 말이 잘 와닿지 않다고 여겼던 때도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혼란 속에 처한 나에게 그의 말은 적용되기 어렵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금 대하는 그의 말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옴을 체험하게 된다. 여전히 기본에 충실한 그의 말을 음미하며 느끼게 되는 것은 그의 진정성과 변함없는 통합성이다. 2011년 7월 지인들이 읽어 주는 성경 말씀과 헨델의‘메시아’를 들으며 주님의 품에 안식하기까지, 그는 줄곧 성경과 예수님의 주되심에 충실한 기독교를 전했고 또 그대로 살고자 했다. 그가 전한 기독교의 가르침들은 마치 깊고 진한 차처럼 그의 삶 속에서 오랫동안 우러나서 그 가르침을 듣고 배우는 사람들에게 깊은 주님의 향기를 전해 주었다. 그는 단순히 그 가르침을 이해하고 전했을 뿐 아니라, 그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늘 주님의 제자로 살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혼탁하고 어지러운 양상을 보며, 주님이 원하시는 길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참된 안내자와 스승의 존재를 갈망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먼저 한 시대를 주님의 제자로 살다 간 신앙의 선배로서 그가 변함 없는 등대와 같이 우리가 갈 길을 비추어 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는 우리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영국 교회의 정황을 중심으로 사역을 감당했지만, 하나님이 창조하신 동일한 세상 가운데 살았던 사람으로서, 또 복음의 사역자로서 그가 전한 메시지는 다른 환경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을 주며 다가온다.

나처럼 주어진 현실 앞에서 고민하며 나아갈 길을 찾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에서 스토트는 경험 많은 인도자이며 이제는 하늘에서 안식하고 있는 신앙의 선진으로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의 길을 힘있고 간결하게 알려주고 있다. 아픔과 고통이 혼재하는 우리 삶의 현실을 끌어안고 기도할 때, 스토트가 보여준 삶의 모범과 그가 남긴 가르침이 우리에게 소망과 유익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스토트가 우리에게 격려하듯이, 우리는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 것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붙잡고 뒤로 물러서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 6:10).

 
송동민 미국 칼빈 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기독 서적을 번역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별 아저씨의 무사 귀환을 환영하며 [IVP BOOK NEWS 118호]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확대개정판)
과학과 신앙에 얽힌 해묵은 편견 걷어 내기
우종학 지음|무선 262면|13,000원



창조와 진화에 관한 기독교의 스펙트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젊은 지구론으로서 하나님께서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믿는다. 창조과학자들이 이를 대변하며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는 오래된 지구론으로서 우주 창조에 초자연적인 방법과 자연적인 방법 둘 다가 사용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은 지적설계론자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유신론적 진화론자들로서 하나님께서 자연적인 방법을 통해서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본다. 진화의 과정을 창조의 방법으로 활용하셨다는 것이다.

우종학 교수는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를 개정하면서 유신론적 진화론의 대표 주자로 다시 한 번 우뚝 선 듯하다. 여기서 굳이‘다시 한 번’을 덧붙인 이유는 5년 전 이 책의 초판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우 교수와 IVP가 매장 당할까봐 염려스러웠다. 훌륭한 과학자와 출판사를 동시에 잃어버리는 대참사를 우려할 만큼 일명 ‘무크따’의 주장은 적어도 나에게는 과격했다. 하지만 그와 출판사는 의연하게 살아남아, ‘다시 한 번’ 척박한 창조 논쟁의 광야에 비를 뿌리고 있다. 이 빗줄기가 장맛비가 될지 소나기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나는 그들의 생존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허튼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 교수의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다. 블랙홀 셰프라 불리며 블랙홀 연구의 국내 제 1인자로 대접받는 저자의 전문성은 ‘무크따’에서도 유감없이 빛난다. 또한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재미있고 너무나도 상식적이다.

이러한 전문성과 상식이 그들을 살렸다고 본다. 진화라는 과학적인 방법을 하나님이 활용하셨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 이성과 신앙이 충돌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심플하다. 그래서 힘이 있다. 명쾌하다. 양쪽이 죽자고 싸우고 있는데 싸울 이유가 없음을 까발려 양쪽의 멘탈을 붕괴시킨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이 폭넓은 창조 논쟁의 마중물이 되기에는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창조포럼을 비롯해 창조론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면 차벽을 만들어 시위대를 대중과 끊어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걱정스럽다. 무크따가 보수적인 한국 기독교의 차벽에 갇혀 버린 것은 아닐까? 반대해도 좋고 찬성해도 좋다. 하지만 정작 위험한 것은 무관심이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상처가 된다. 우 교수의 생환이 반갑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운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우 교수는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그는 차벽 바깥에 있는 것일까? 안쪽에 있는 것일까? 만약 후자라면 돌아온 ‘무크따’로 차벽 위로 높이 솟아오르기를 바란다. 그는 별 아저씨니까 높이 오를 수 있을 게다.

 
김기동 로고스서원 연구원이자 담없는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