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손님: 예수님이 우리 집에 오신다면(IVP 그림책 시리즈 8 )
The Parable of the Unexpected Guest
D. A. 짐머만 지음 | 이지혜 옮김 | 최정인 그림 | 4*6양장 전면컬러 64면 | 8,000원
오래전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때 나는 건물 꼭대기 층에 살고 있었고, 같은 층에 있던 집들은 대부분 비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문을 꼭꼭 잠그고 살았다. 그러니 문 두드리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겠는가. 더군다나 그 소리에 문을 열어 주는 내 모습은 더 놀랄 만한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별로 사교적이질 않아 가능한 한 사람을 피해 살아 왔다. 사람들을 다양한 인격체로 여기기보다는 성가시다거나 위험하다거나 나보다 못하다거나 (지금은 인정하지만) 나보다 낫다거나 하는 식의 비판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한마디로 문에 대고 “누구세요” 하고 친절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란 소리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때는 평소와 달리 반응을 하고 말았다. 문을 여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야성미가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다지 매력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는데 관리를 안 해서라기보다는 바깥바람을 많이 쐰 느낌이었다. 피부는 탱탱하지만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딱히 깔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눈빛은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강렬해 보였다. 한편 옷차림은 수수하고 편해 보였지만, 마치 쉬지도 못하고 계속 걷기만 한 것처럼 그리 말끔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나는 그분이 누구신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분이 오시는지 미리 지켜볼 걸 그랬나 싶다.
그분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안녕, 좀 들어가도 될까?”
순간 멈칫했다. 그분이 누구신지 알았다고 해서 다음 일까지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내가 제대로 아는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가에 서 있는 그분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점차 짜증에서 간섭을 거쳐 위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손님을 맞고 보니 갑자기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더 불안하고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시죠.” 그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한쪽으로 비켜서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이웃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가 내게 이웃이 있기나 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혼자 사는 여자가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남자를 집으로 들이는 건 살짝 남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이 남자를 집으로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안으로 들어왔다. 겉옷을 받아 들고 신발을 벗겠냐고 묻자 그는 재빨리 신을 벗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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