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0일 목요일

그분은 혼자 오지 않으셨다 [IVP BOOK NEWS 121호]

[서평]

뜻밖의 손님

데이비드 짐머만 | 이지혜 옮김 | 최정인 그림ㅣ양장 64면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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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예수님이 우리 집에 오신다면 나는 어떤 표정으로 그 분을 맞아 들일 수 있을까?
잠시 앉으셔서 가벼운 차 한잔에 딱 그만큼의 일상을 나누는 정도라면 충분히 자신 있다.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 깨끗한 원룸이니까. 이 방이라면 예수님이 어디로 움직이실지 한눈에 파악이 될테니 원치 않는 곳을 급습 당하는 일은 없겠지. 그리곤 이내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이다. 요즘 내 삶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도 제목은 무엇인지. 그리고 혹시 예수님도 알고 계셨냐고 슬쩍 여쭈어 볼테지.

  내심 예수님이 좀더 오래 머물러 주시길 약간은 기대하고 있다. 그분께 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 놓을 수 있을 테니까. 힘들었지만 견뎌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내게 얼마나 버거웠는지, 그럼에도 그 시간들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내겐 은혜라고 고백할 작정이다. 그래, 문제없다! 예수님이 찾아 오셔도.


  하지만 내 방 쇼파에 앉아 있는 이웃을 마주하거나 내 키보드를 쿵쾅거리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 나는 과연 괜찮을 수 있을까? 예수님은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이웃으로 흘러가는 것은 내 예상을 넘어서는 일이다. 책을 읽다가 마음이 불편했던 지점도 바로 그 곳이었다. 묵을 곳이 없는 노숙자 가족이 집에 들어와 있을 때. 나는 마치 그들이 '내 집에' 들어온 것 마냥 짜증이 났다. 또 아무런 상의 없이 그들을 내 방으로 들어오게 하신 예수님에게도 마음이 불편해 졌다. “이제 그만 나가 주시겠어요?” 누구를 향한 말인지 모를 한마디가 입 밖으로 불쑥 튀어 나갈 것만 같다.


  만원 지하철에 서 있을 때,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끊임없이 평가받고 저울질 당한다고 느낄 때,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차들 앞에서, 나는 예수님과 동행하기를 거부한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그분을 실망시킬까봐 두렵다. 그냥 내 방에서, 나와 예수님 단 둘만 만나면 좋으련만.




  지난 3년간, 그러니까 내 삶을 돌봐줄 사람 없이 혼자 살게 되었을 때부터 나의 신앙은 나와 예수님의 관계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마치 예수님은 나의 아픔과 상처를 만져주고 회복 시키시기 위해서만 이 땅에 오신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지내던 내게 예수님이 찾아 오셨다. 혼자가 아니라 이웃을 데리고서.


  예수님은 나의 삶과 상처를 돌보시는 분 이시지만 우리의 관계가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예수님이 내 삶에 머무실 때 나의 삶엔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내게 상처를 주는 많은 이들을 용서해야 하며 나는 다시 관계 속으로 나를 던져야 한다. 두렵고 통제되지 않은 관계 속에서 또다시 소진되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지만 그 속에 예수님께서 준비하신 교제의 풍성함이 숨어있는 줄 이제는 안다.


  닫혀있던 문을 열었더니 그 문으로 예수님이 들어 오셨다. 그 분은 날 너무 사랑하신다. 그래서 혼자 오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우리 각 사람, 우리 모두 충만한 삶을 살기 원하신다. 그래서 우리 모두를 이곳으로 불러 모으셨고, 우리는 그분을 우리 집 가장으로 모셨다. 예수님은 이 일에 매우 뛰어나신 분이므로.  p62"



김슬아(자취하는 인도공주)ㅣ 한문교육을 배웠고, 인문학을 가르친다. 따라가던 구름기둥이 머무는 곳에서 나름의 풍성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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